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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일08] 6-1 세엣

2007학년도 수학여행 제주도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다녀왔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제주도로 갔고, 같은 여행사에서 주관을 하여 여행코스도 거의 똑같았다. 그렇지만, 작년과 올해는 아이들이 달랐다. 그리고, 1년 사이에 좀더 늙은(?) 내 모습도 달랐다.
 비행기가 김포공항을 이륙하면서 아이들은 환호성을 지른다. 그렇게 교실에서 주의를 주곤 했지만, "선생님, 결국 지르고 말았어요." 하는 한 아이의 말처럼 되어버렸다. 도착된 김포공항에서부터 아이들의 모습은 어지없이 보여지고 있었다. 대다수 아이들은 그렇지 않지만, 분명 작년 보다 그 숫자는 늘고 있었다. 뛰고, 함부로 간식을 먹고 버리고, 큰소리 치고, 다른 곳에 가버리고 하는... 아이들 말이다. 사실, 교사에게 있어 수련활동이나 수학여행은 어찌나 힘들고 고생스러운지 모른다. 그렇게 멋지고 좋은 제주도를 가면서 걱정만이 앞을 가린다. 그리고, 무사히 다녀오기만을 간절히 기원하는 마음으로 시작된다. 그리고, 2박 3일이 끝나 아이들을 집으로 돌려보내고 나면 교사인 나에게 남는 것은 일주일 정도 피곤함에 지친 몸과 마음을 다시 추스리는 것이다. 그래도 많은 아이들이 선생님 말씀을 잘 듣고, 정해진 울타리 안에서 수학여행의 기분을 한껏 낸다. 그런 아이들을 보면 참 즐겁다. 그런 상념은 멋진 제주도 상공을 만끽하지도 못한 체 그저 착륙의 환호성으로 인해 깨어지도 만다.

 아이들에게 여행은 떠나기 전의 설레임과 준비과정, 여행 중의 고생과 집에 가고픈 마음, 그리고 도착해서의 못다한 아쉬움이라고, 그런 것이 여행이라고 했다. 두어명이 끄덕이던 교실, 아이들은 이제 제주도 하늘 아래에 있다. 본격적인 고생(?)과 전쟁(?)이 시작된 것이다. 그 전쟁은 누가 이기고 지는 것이 아닌다. 아니 일방적으로 지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0] 제주도 : 첫날 새벽 5시까지 잠을 못자면서 아이들을 보호와 감시를 했다. 그런 새벽녁에 보았던 밤하늘은 얼마나 경이로운지. 어릴 때 자주 보던 그런 밤하늘을 제주도는 아직도 가지고 있었다. 용머리바위는 점점 다른 형태로 변하고 있지만, 그래도 제주도의 푸른 바다와 시원한 바람, 맑은 공기는 나를 여유롭게 만든다. 그런 제주도에 수학여행을 왔다. 별똥별을 2개나 보았다. 처음 것은 너무나 빠르게 지나가 버려서, '어' 하는 사이에 사라져 버렸다. 그다음에는 좀더 길어서 소원을 빌 수 있었다. 아무런 사고 없이 수학여행을 끝내달라고 했다. 너무나 힘들게 본 별똥별에게 로또 같은 소원을 빌어볼까 싶은 생각은 하지도 못하고, 안전사고 없기만을 빈 나는 어쩔 수 없는 교사인가 보다. 후후...

[1] 안전벨트 : 예까지 들면서 안전벨트를 이야기 했지만 아이들은 안전벨트를 매지 않는다. 그것도 한나절 뿐이다. 결국, 차 통로를 오고 가면서 일일이 지적을 해야 한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안전벨트를 매라고 하지만 아이들은 흉내만 낼 뿐이다. 그러다가 이틀 날부터는 소리를 치고 주의를 주어야 한다. 어디서부터일까! 자기의 안전을 가볍게 생각하는 모습이... 한 아이는 비행기 앞좌석 쪽으로 발을 올리다가 내게 눈에 띄어 야단을 들었다. 그렇게 발을 올린 이유가 뭘까? 그래도 버스에 타서 선생님이 안전벨트를 하라면 차분히 하는 아이들이 있다. 그리고, 내릴 때가지 조금은 답답해도 풀지 않고 그대로 잘 하고 있는 아이들이 있다. 안전은 선생님의 것이 아니라, 자신의 것을 잘 아는 아이들이다. 어떤 아이는 내가 다치면 그만이라고 한다. 그것이 정말로 자기만 다치면 다일까? 그렇지 않다. 자기 몸이 아프고, 부모님의 걱정, 선생님의 걱정, 친구들의 걱정에 대해서는 안중에 없기 때문이다. 함께 살아가는 것을 모르고 하는 말이다. 결국, 안전벨트에 대해서는 강요를 하고 소리를 쳤지만, 이길 수 없는 일이 되고 만다.

[2] 군것질 : 한 아이는 용돈이 적다는 이유로 수학여행 당일날 부모님과 사이가 좋지 않았다고 한다. 그일로 공항 도착까지도 늦었다고 한다. 용돈을 더 받고 싶은 마음은 알지만, 그것으로 인해 수학여행을 포기하려고 하는 말까지 서슴없이 했다는 상황에 정신이 아찔하다. 아이들은 군것질에 대해 엄청난 블랙홀과 같다. 끊임없이 사먹는다. 쉬지를 않는다. 군것질은 숙소의 식사가 맛이 없다는 것으로 귀결된다. 제주도에 도착할 때까지 군것질은 안된다고 했다. 그렇지만 아이들의 군것질은 껌부터 시작된다. 선생님, 껌 씹으면 안돼요? 그래서 그래, 껌은 된다고 허락은 한다. 그럼, 아이들은 어느 사이에 껌이 다양한 음료수와 과자가 되고 만다. 결국, 군것질에 대해서도 교사인 나는 지고 만다. 제는 되는데, 왜 저는 안돼요? 한다. 늘상 이런 식이다. 그런 기분을 이해해서 아이들에게 조금씩만 사먹고 식사는 반드시 하라고 한다. 그렇지만, 아이들의 입안으로 들어간 과자, 음료수, 각종 꼬치구이 등의 자극적인 음식들은 숙소의 식사가 맛있을 수가 없다. 밋밋한 맛으로 느껴진다. 그래서 양이 적어진다. 식사를 하자마자 아이들은 매점으로 가서 컵라면을 먹는다. 그렇게 시작된 군것질은 밤새도록 진행된다. 어떻게 막을 수가 없다. 무엇이 아이들을 이렇게 만들었는지... 수학여행이니 그럴 수 있지 하는 수준이 아니다. 되도록이면 즐기도록 해주고 싶지만, 그런 모습을 보자니 화가 난다. 이렇게 잘못된 모습으로 보이는 것은 수학여행의 시작을 걱정으로 시작했던 내 마음 때문인지도 모른다. 이런 모습도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다 좋게 볼 수 있을까 궁금해진다.

[3] 게임기 : 아이들이 MP3, 게임기, 핸드폰을 가져와도 되는지 묻는다. 그래서, 가져와도 좋다. 그렇지만, 선생님은 책임을 지지 못한다. 또한 전자제품으로 인해 너희들이 여행에 방해가 되어서는 안된다고 했다. 이동 중에, 식사 중에, 관람하는 중에는 안된다고 했다. 버스에 앉아 안전벨트를 매고, 숙소에서 쉬면서는 된다고 했다. 그렇지만, 그런 것은 여지없이 역시나 지고 만다. 올해는 휴대용 게임기가 유행하면서 많은 아이들이 게임기를 가져왔다. 결국, 게임 팩을 방안에서 사라졌어요. 핸드폰을 누가 가져 갔어요. 빌려간 핸드폰을 친구가 너무 많이 써요. 하는 말들이 들린다. 그나마 게임기로 인해 아이들이 숙소에서 더 조용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게임기 가지는 것은 좋은 것보다는 나쁜 것이 더 많다. 아이들은 숙소 배정을 하는 마지막 수학여행이니 친한 친구들과 배정해 주세요 한다. 그래서 원하는데로 정해진 인원수 범위 안에서 방 배정을 자유롭게 해주없다. 그렇지만, 아이들은 게임에 빠져 수학여행이 주는 친구들과의 이야기 등의 기회는 스스로 버리고 만다. 매표소 앞에서, 또는 다른 반을 기다리면서, 잠시 설명하는 중에 아이들은 어김없이 게임기를 꺼내 든다. 호통을 치고 야단을 치지만, 아이들 얼굴에는 불평불만이다. 다른 아이도 하는데 왜 나만이라는 표정이다. 버스 안에서도 역시나 게임기가 대세다. 노래를 부르고, 337 게임을 하고, 이야기를 하고, 그러면서 웃고 떠드는 모습이 아니다. 확연히 달라지는 수학여행의 모습은 교사인 날 우울하게 한다.

[4] 방 : 숙소를 배정했다. 한 아이는 인원수가 빈 방으로 간다고 한다. 그리고는 빈 방에 배정을 했더니, 불만이라고 한다. 자신이 말을 해놓고도 싫다고 한다. 난처한 일이다. 최대한 배려를 해주려고 하지만, 화가 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두 아이가 그랬다. 한 아이는 서로 방 배정하는 동안에 딴 생각을 했다고 한다. 결국, 잠은 한쪽이 10명, 다른 한쪽이 8명이 되고 말았다. 아이들 방을 가본다. 대단하다. 여학생들의 방안 함부로 들어갈 수가 없다. 현관문에서 보아도 잘 정리정돈이 되어 있다. 그러나 남학생들 방은 너무나 다르다. 이것을 어떻게 생각해야 될지 혼란스럽다. 가정에서 남자 아이들을 더 청소시켜야 한다. 참으로 대단한 일이다. 컵라면, 과자 봉지, 과자 부스러기, 치킨 남은 것, 가방, 옷, 양말, 이불, 베개 등이 방안에 서로 섞여 흩어져 있다. 그리고 잠은 그 사이를 잘 비집고 잔다. 현관문을 열면 냄새가 어마어마하다. 그런데도 그속에서 뛰어논다. 방장을 통해 호통을 치고 야단을 한다. 10분 후에 와서 본다고 한다. 그러면, 그나나 괜찮다. 하지만, 다시금 1시간 뒤에 가면 역시나 마찬가지다. 싱크대에 나이들은 컵라면을 먹고 남은 찌꺼기를 그냥 버린다. 그속에서 나는 냄새는 엄청나다. 게다가 작은 쓰레기 통에 쓰레기 수북하다. 더이상 담을 수가 없다. 그런데도 그곳에 계속 쓰레기를 갖다 놓는다. 숙소 바로 입구 옆에 커다란 쓰레기통이 있다. 그런데, 어디있는지 모른다. 쓰레기를 잘 버리라고 지적을 한다. 갖다 버린다. 그리곤 다시 쓰레기가 쌓인다. 다시 지적을 해야 한다. 신발 정리, 가방 정리, 옷정리, 쓰레기 정리, 환기 문제 등등을 이야기를 해야 된다. 이런 방안의 모습은 또하나의 쓰레기장이다. 잘 되는 방도 있다. 방장을 중심으로 역할 분담이 잘 되어 있다. 환기도 잘 되고, 즐겁게 이야기 하고, 과자를 사서 한곳에 모아 놓고 먹으며 만끽하는 방도 있다.

[5] 관람 : 아이들은 도대체 제주도에 왜 왔을까! 제주도를 보고 감탄하는 것이 아이다. 아이들은 과정되기도 하겠지만, 오로지 친구들과 이곳에 온 것이 최대의 목적이다. 산굼부리의 멋진 억새 물결, 산호백사의 푸른 옥빛 바다, 우도봉의 장관, 귤나무, 수많은 오릉, 협재쌍굴의 오요함, 한림공원 속의 푸르름, 하멜선의 모험심, 산방산의 전설, 용바위와 주상절리의 기기묘묘함 등은 아무 것도 아니다. 나눠준 자료집은 의미가 없다. 아이들은 그저 친구들과 방에서, 게임기와 용돈을 가지고 집을 떠나 왔다는 것으로 대만족하는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관람은 뒷전이다. 되도록 빨리 지나가려고 한다. 하멜선에서는 뛰고 장난치느라 그곳 안내하시는 분들에게 야단을 들었다. 그래도 뛴다. 한 어른들은 아이들이 미쳤나 보다 라고 한다. 아이들은 죄송하고 미안한 줄을 모른다. 어떤 아이는 내 돈 내고 내가 왔는데 하는 식이다. 주의를 주었지만 과연 이런 모습이 정말로 수학여행일까 싶다. 이제는 수학여행이나 수련활동을 없애도 되지 않을까! 주5일제도 정착되고 가족과 함께 가면 더 좋지 않을까! 학교가 있는 이유는 되도록이면 협동과 함께 작은 하나의 사회이다. 그속에서 배울 것이 있고 가르칠 것도 있다. 어쩌면 학급당 인원 수의 문제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다녀보면서 좋은 점 보다는 나쁜 점이 더 많이 느껴지는 것은 왜일까!!

[6] 사건 : 게임기가 없어졌다고 한다. 그 방에 들어가 잃어버린 아이들도, 그리고 의심을 받는 아이들에게도 이야기를 했다. 게임팩 하나를 잃어버림으로 해서 이 방의 너희들은 서로가 서로를 의심하고 혹시나 제가 도둑이 아닐까 하는 불신의 방이 되고 만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 잃어버린 게임팩으로 인해, 친구에 대한 믿음을 잃어버리는 것이 더 무섭고 겁나지 않니? 일단은 수학여행이 끝날 때까지 기다리자. 믿고 기다리고 그 다음 생각하자. 즐거운 마음으로 시작된 수학여행을 이렇게 보내서는 안되잖니 했다. 아이들도 고개를 끄덕인다. 이해를 하니 다행스럽다.
 핸드폰을 잃어버렸다고 한다. 그래서 자초지종을 들었다. 알아보자고 했다. 조금 뒤에 다시 와서 누가 봤다고 한다. 그래서 함부로 의심해서는 안된다고 했다. 알아볼테니 기다려보라고 했다. 나중에 다시 와서 다른 한 친구가 또 보았다고 했다. 그래서 선생님도 알아보고 있으니 기다리라고 했다. 증인이 있는데, 왜 안되냐고 한다. 그래서, 한 사람을 범인으로 의심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리 기다리라고 했다. 그랬더니, 부모님에게 알려야 한다고 아이가 먼저 이야기를 한다. 답답했다. 기다리라고 했는데... 말을 듣지 않는다. 핸드폰이나 전자제품을 분실 책임은 본인에게 있다고 말을 한 것은 아랑곳없이 그 아이는 자신의 책임에 대해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는다. 또한 의심을 산 아이에게 물었다. 혹시 핸드폰 분실에 대해 모르냐고 물었다. 모른다고 했다. 선생님에게 솔직하게 이야기를 하는 것이냐고 물었다. 그렇다고 한다. 아이들에게 수소문을 한다. 두 아이를 통해 그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의심을 받은 아이가 그 두 아이에게는 살짝 이야기를 한 것이다. 결국 학교에 와서야 그 아이는 자신의 잘못을 시인하고 말았다. 그것이 증인의 이야기를 듣고서 말이다. 스스로 잘못을 이야기 하길 바랬다. 그래서 물어보았다. 아니라고 한다. 증인인 아이들의 이야기를 하고 나니 그제서야 조금씩 털어놓는다. 그 여자 아이와의 사이가 안좋아서 그런 일을 했다고 한다. 그 아이에게 스스로 해결할 마지막 기회를 주었다. 여자 아이에게는 사과를 할 것, 부모님에게 말씀을 드릴 기회를 주었다. 그 아이는 시무룩한 표정으로 대답을 했다. 또한 중인이 된 두 아이에 대해 나쁜 감정을 가지지 말라고 했다. 그 아이들은 선생님이 말을 하라고 해서 한 것이니, 잘못이 없다고 말을 해주었다. 그런다고 한다. 그렇지만 마음이 놓이질 않는다. 다시금 그 모습에 대해 지켜 보아야 한다. 여행사에 전화를 해서 제주도 버스 1호차 제일 뒷좌석에서 핸드폰을 발견할 수 있었다. 택배로 보내준다고 한다. 교사인 나로서 아무런 표정 변화도 없이 거짓말을 하는 그 아이가 무섭게 느껴졌다. 그리고, 그 아이에게 너의 미래를 위해 지금의 잘못을 스스로 인정하고 스스로 해결하면 용서가 되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선생님에게 단단히 혼난다고 했다. 그리고는 하루가 지났다. 휴우~~
 첫날 아이들은 잠을 안잔다. 새벽 5시가 되어서야 잘 수 있었다. 그 사이에 체한 아이들이 있다. 약을 주고 손바닥을 주물러 주고, 따스한 물을 마시게 하고... 차 안에서는 40분 가까이 배를 문지러 주기도 했다. 숙소를 이곳저곳 다니면 감시를 해야 했다. 첫째, 10시 이후에 불을 끌 것. 둘째, 숙소 밖으로 나오지 말 것. 사실상, 밤새 조용히 이야기하고 장난치고 하는 것을 허용한 샘이다. 그렇지만, 아이들은 불을 켜고, 밖으로 나오고, 떠들고... 덕분에, 3층까지의 건물 이곳저곳을 수없이 오르락내리락 해야 했다. 그 사이에 아름다운 밤하늘 속에서 별과 별똥별과 시원한 바닷바람을 경험한 것을 참으로 행복한 일이다.

 지금은 집에 와서 주말을 보내고 왔다.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를 화수목의 수학여행이 지나갔다. 정신이 없다. 멍하다. 그리고, 무척이나 피곤한다. 피로회복력이 지나치게 느려졌다. 많은 일들이 있었다. 교사들에게 수학여행이란 정말로 험난한 일이다. 바뀌어야 할 것들이 참으로 많다. 교사인 나로서도 부족하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때로는 적성이 맞지 않나 싶기도 하다. 그렇게 되고 싶은 교사였는데 말이다. 아이들을 이기기 보다는 함께 살아가는 것으로부터 시작해야 하는 것도 필요하다. 휴우~~~